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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2009 아프리카 서울소녀 정읍생활기 최근 등록된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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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에 도착한 우리 셋은 초췌한 몰골로 일단 숙소를 찾아갔다.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유니세프'였다. 어차피 오늘 바로 사막투어를 갈 것이고 언니와 오빠는 투어를 다녀와서 내일 바로 카이로로 돌아간다고 해서, 짐을 놔둘만한 싱글룸 하나만 잡고 들어갔다.
짐을 푼 우리는 베란다로 나가 셋이 나란히 서서 시와의 풍경을 감사하며 구름과자를 입에 물었다. 마을 중심에 서 있는 구시가지 '샤리'와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사람들, 기둥에 묶여서 몰래 바나나를 훔쳐먹는(그것도 기술적으로 껍질을 까서!)당나귀가 보인다. 아, 이런 게 평화롭다는 거겠지. 숨쉬기 힘들 정도로 공기가 더러운 카이로에서 벗어난 우리는 그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 시와 한가운데의 구시가지, 샤리 ![]() 바나나 훔쳐먹는 당나귀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는데.... 녹물이다. 그것도 심한 녹물! 한참 틀다보니 깨끗한 물이 나왔지만 어째 찝찝해서 세수만 하고 J언니만 머리를 감았다. 아래로 내려와 사막투어를 신청하려 하자 차 한대에 500파운드(95달러 정도)라고 한다. 다섯명이면 100파운드씩이지만 우리는 세명이라는 게 문제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우리들, 결국 그냥 하기로 했다. 사막을 보러 왔는데 돈 때문에 안 할수는 없잖아. 투어는 2시부터 출발이라고 해서 우리는 일단 시와를 구경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 동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어디선가 달려온 시와의 꼬맹이 숙소 앞의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비싸고 부실하다. 맛도 별로다. 왜 유명하다는 거야? 아침을 먹은 뒤엔 일단 버스표를 사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가봐도 터미널이 없는 거다. 근처에 Tourist Office(관광 안내소)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로 들어가 일단 지도를 받았다. 손으로 그린 지도를 복사해놓은 것이다. 신기하네.... 지도에 보니 터미널은 관광 안내소 바로 옆에 있다고 되어 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터미널은 관광 안내소 옆에 있는 게 맞긴 했다. 흙으로 만든 건물에 매표소만 달랑 있어서 우리가 못 찾았던 것. 이집트의 최신식 토루고만 터미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현대식 건물이나 주차장같은 건 기대했는데, 이게 터미널이었다니.... 내일 투어가 끝나자마자 카이로로 돌아간다는 J오빠와 J언니만 표를 사고 나는 카이로 직통 버스 시간표만 확인한 채 돌아왔다. 마을 안 쪽으로 들어온 우리는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구시가지-샤리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옛날에는 사람이 살았다고 하는 그 거대한 폐허. 다행히도 입장료같은 건 없었다. ![]() 샤리 안쪽에서 ![]() 샤리 위에서 본 시와의 풍경 ![]() 샤리를 내려가며 ![]() 새파란 하늘 샤리 자체도 아름답고 놀라웠지만 우리는 샤리 꼭대기에서 본 풍경에 감탄했다. 시와 마을이 한 눈에 보이고 저 멀리 사막과 오아시스까지 보였다. 한참동안 샤리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고 놀던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오아시스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아마 판타시섬일 거라고 생각되는 그 곳으로. 샤리를 내려와 자전거를 빌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샤리 위에서 봤던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나무가 우거진 곳이 나온다. 여기를 통과해야하는 건가? 혼자서 먼저 씽씽 달리는 나를 두고 뒤에서 J오빠와 J언니가 중얼거렸다. "역시 젊은 애는 달라." 나무가 우거진 곳을 빠져나와 또 한참을 달리는데, 문제가 생겼다. J언니의 자전거 체인이 빠진 것이었다. J오빠가 몇번 손보자 제대로 돌아갔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달렸다. 사실 우리의 문제는 J언니의 자전거 체인뿐만이 아니었다. 중간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놓은 우리는 한가지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 이 길이 아닌가봐.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었고 제대로 된 길은 어디인지 몰랐으며 돌아가는 길도 잘 모르고 있었다. 한 마디로 길을 잃은 것이었다. 이집트에 온 뒤로 난 단 하루도 길을 잃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섬까지 가는 길을 쉽게 봤던 우리는 물조차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물도 못 마시고 길을 잃은 채 자전거를 달리고 있는 우리, 결국 그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돌렸다. 여기도 물은 있으니까 대충 여기서 사진 찍자고 타협하고 말이다. ![]() 우리가 달린 길 ![]() 마을을 벗어난 뒤 또 나타난 거주구역 ![]() 달리는 J오빠와 J언니 달리는 도중에 J언니의 자전거 체인은 몇번이나 빠지더니, 급기야는 고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결국 근처에 있던 이집션에게 부탁해 동키수레를 불러 자전거를 싣고 갔다. 시간이 많다면 걸어갔겠지만 2시에 사막투어를 하기로 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 자전거 고치는 걸 도와주는 시와마을 사람들 ![]() 당나귀 수레에 올라 탄 J오빠 다행히 1시 40분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물을 사서 마셨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게 이런 기분이겠구나! 물이 없어 허덕였던 우리는 1박2일동안 마실 물을 4통이나 샀다. 결국 투어동안 1병밖에 안 마셔서 나머지는 한병씩 나눠가졌지만 말이다. 밤에 모닥불에 구워먹을 고구마와 감자, 간식으로 귤까지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후 지프차가 한 대 와서 우릴 태웠다. 오늘 하루 우리의 가이드이자 운전기사인 남자는 '오마르'라고 했다. 오마르가 준 음료수와 빵, 아까 산 귤로 점심을 때우며 우리는 점점 시와에서 멀어져 갔다. 건물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고, 잠시 후 우리는 드디어 본격적인 사막으로 들어섰다. 사막을 조금 달리던 오마르가 코란송을 틀었다. 참 어딜 가나 다 코란송이네. 허구헌날 코란송 듣는 사람들이 왜 맨날 여자한테 집적거리고 사기치고 그런다냐. 본격적인 사막으로 들어서자 우리 차 말고도 수많은 차들이 보였다. 종종 모래에 빠져 고생하는 차들이 있었는데, 오마르가 멈춰서서 계속 도와준다. 우리 뒤만 졸졸 따라오는 차도 있는 걸 보니 오마르가 이 중에서 제일 베테랑인 모양이었다. 높은 모래언덕,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 그 중심에 선 우리들.... 우리는 별 세계에 왔음을 만끽하며 사막을 구경했다. 그 아름다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까? 사막에 대한 일장연설을 늘어놓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막은 그저 사막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를 감동시켰다. 바다를 보지 않은 자가 바다에 대한 미사여구를 듣는다고 해서 그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까. 산을 오르지 않은 자가 정상의 풍경에 대한 시를 읽는다 해서 그 풍광을 떠올릴 수 있을까. 자연의 위업이라는 것은 인간의 도구인 말로써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 사막의 J오빠와 J언니 ![]() 분위기 잡는 J오빠 ![]() 사막의 발자국 사막 드라이브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모래언덕을 피해다니는 게 아니었다. 전속력으로 높은 언덕을 오른다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나와 J언니는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잠시 후 높은 모래언덕에 도착한 우리는 고대하던 샌드보드를 타게 되었다. 스노우보드처럼 생긴 것을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듣기로는 내려갈 땐 신나지만 올라갈 땐 엄청 고생이라고 한다. 제일 먼저 J오빠가 시도했다. 우리 샌드보드는 다른 사람들것보다 가볍고 빨라서 J오빠는 가장 멀리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엄청 힘들어하며 올라왔다. 다음으로 샌드보드를 탄 나는 신나는 비명을 지르며 모래언덕을 내려갔다. 오우, 죽이는데! 진짜 재밌다! 눈썰매보다 훨씬 재밌었다. 하지만 다 내려간 다음 나는 후회하며 켁켁 거렸다. 입을 벌리고 탄 탓에 입 안에 모래가 잔뜩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올라가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샌드보드까지 들고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래는 한번 밟을 때마다 정말 물처럼 흘러내렸다. 결국 난 손까지 이용해 네발로 기어 겨우겨우 위로 올라갔다. 말 그대로 오아시스인, 사막 한 가운데의 연못 콜드 스프링과 온천인 핫 스프링에도 다녀온 후 오마르는 우리를 화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수천만년 전, 이곳은 원래 바다였다고 하며 조개화석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대하던 일몰의 시간이 다가왔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린 우리는 해가 저물 즈음 선셋 포인트에 다다를 수 있었다. ![]() 해지는 시와사막 ![]() 컨셉샷 ![]() 일몰의 순간 한참을 사진찍은 후에서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앉아 차분히 일몰을 감상했다. 지평선 저 쪽으로 천천히 해가 사라지는 모습....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해가 완전히 진 후 달리던 우리 차는 또 어디선가 멈춰섰다.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별도 한 두개씩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시와의 야경이 보였다. J오빠는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사막이 너무 좋아, 사막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이 사막을 떠나게 되겠지. 시내에 들러 저녁식사를 챙긴 우리는 다시 사막으로 돌아왔다. 천막이 하나 달랑 있었는데, 유목민족인 베두인족의 캠프라고 한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오늘 하루 종일 정말 아름다운, 놀라운 풍경들을 많이 봤지만 그 무엇도 지금 보이는 풍경보다 더 경이롭지는 않았다. 그 어떤 것을 이것에 비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풍경이었지만 어차피 머릿속에서 잊혀질 수 없을 것이기에 아쉽지 않았다. 별이 쏟아진다는 건 분명 이럴 때 쓰는 말일거야. 한국의 시골에서 봤던 것에는 비할바도 아니었다. 지평선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꽉 차 있는 별. 고개가 아픈 것도 잊고 나는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천막 안에서 오마르가 준비해주는 베두인식 저녁식사를 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정말 맛있어서 우리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오마르가 차려준 것을 먹어치웠다. 밥을 다 먹고 나오자 달이 밝게 떠서 더 이상 별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오마르가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베두인족의 차를 마셨다. 엄청 쓰고 엄청 달다. 무슨 설탕을 저렇게 많이 넣나 싶었는데, 그만큼 안 넣었으면 먹지도 못했을 정도로 진했다.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이다. 또 먹고 싶구나. ![]() 모닥불 피우는 오마르와 그의 사촌 잠시 후, 오마르와 오마르의 사촌이 물통을 북 삼아 두드리며 베두인족의 노래를 불러줬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노래. 모닥불의 일렁임과 함께 꿈틀거리는 그림자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앉아있는 우리.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사막의 밤.... 한참 노래를 부른 후 오마르는 사촌을 집에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30분이면 된다고 하며 차를 타고 갔다. 사막에는 이제 우리 셋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J언니는 피곤했는 지 어느 새 잠이 들었고, 나와 J오빠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J오빠가 철학과에 다닌다며 자신이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 그런 뜬구름잡는 얘기들 좋아해요!" 내 말에 J오빠가 웃는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니, 철학과 사람 앞에서 그런 말 하면 큰일나. 한대 맞을 지도 모른다." J오빠는 자기 과의 특이한 사람들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느 날 통닭을 먹으러 갔는데 한 사람이 말하는 거야. '불에도 이데아가 있을까?' 우리는 모두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지. 그리고 어떻게 됐는 줄 알아? 10분 후에 우리는 술을 마시며 불의 이데아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어."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하고 있자니 슬슬 추워졌다. 30분이 한참 지났지만 오마르는 올 생각을 안하고 불은 꺼져가고 장작마저도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우리 가방이 모두 오마르의 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침낭조차 없는 상태였다. 추웠다. 사막의 밤이 춥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얼어죽도록 추웠다. 가지고 있던 휴지를 태우며 불길을 살리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장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어두운 사막에서 멀리 갈 순 없는 일이었다. 나는 불빛이 닿는 거리를 맴맴 돌며 장작을 주웠다. 사막에 웬 장작이냐고? 그러게. 말하자면 잔나뭇가지들이었는데, 이 근처에서 캠핑한 사람들이 남기고 간 잔해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잔가지 몇개를 주워와 불에 던져 놓고, "우리 조난당하는 거 아니에요?" 하면서 엄청나게 걱정을 하던 중.... 오마르가 돌아왔다. 3시간만이었다. 오마르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조난당하는 줄, 아니 얼어죽는 줄 알았는데. 웃긴 건 나와 J오빠가 불씨를 살리려고 휴지를 태우고 잔가지를 주우러 다니는 동안 J언니는 계속 자고 있었다는 거다. 무슨 일이 있는 지 전혀 모른 채,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오마르의 차에서 침낭을 꺼내고 오마르가 덮어주는 담요까지 덮고 나서야 우리는 잠들었다. 오마르가 천막 안에서 자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굳이 밖에서 자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날 때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었지만, 이 때는 그저 사막의 분위기를 좀 더 만끽하고 싶다는 기분이었다.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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